10호--하나님의 뜻 vs 내 바램

by 장민구 posted Feb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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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인생의 선생이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은 몰입한 시청자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야기의 전체를 보는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드라마 속의 캐릭터들은 각각이 처한 상황에 맞게 살기 때문이다. 어려서 잃어버린 자식을 20여 년 동안 애타게 찾고 있는 재벌 부모가 자기들 회사에 들어와 계약직으로 온갖 수모를 견디며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의 자녀를 알아 보지 못하고, 심지어 함부로 대하기까지 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그들의 관계를 알고 그 과정을 보는 시청자들은 정말 안타깝고 심지어 화가 나기까지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우리도 드라마 속의 캐릭터들과 같다. 하나님께서는 그 자녀들의 인생에 이미 계획을 세우시고 상황 상황을 통해 그의 완성으로 인도하시는데, 하나님의 계획을 모르는 그 자녀들은 그 상황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다르기에 견디기 어려워하고 심지어 하나님께 화를 내기도 한다. 신청한 종교비자의 실사 실패가 지나고 나서 보면 나에게 이것을 가르쳐 주었다. 

 

종교비자 신청서가 2014년 4월 3일에 접수되었다는 영수증을 받은 후로 아무런 특별한 소식없이 1년 남짓이 지났다. 2015년 7월 경이었던 것 같다. 처음 온 의미있는 소식은 부정적이었고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Woodstock 미시시피에 온 가족이 심방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곳에 Catfish 공장이 있어서 한국분들이 몇 분 있었기 때문에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를 그분들을 만나러 한달에 두어 번씩 다닐 때였다. 변호사 에릭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민국 담장자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일주일 안에 바로 회신을 해 주어야 하는 급한 일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았다. 에릭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자세한 것은 이메일을 보냈으니 보라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확인한 이메일은 정말 낙망스러웠다. 이민국 직원이 교회로 실사를 두번이나 나갔었는데 목적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그에 대한 변명을 해 보라는 말이었다. 자초지종을 떠나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1년 반 가까이 아무런 진척 없이 시간이 흐른 후에 겨우 온 소식이 이런 얼토당토 하지 않게 부정적인 소식이라니. 화가 났다, 당사자가 앞에 있었으면 실컷 욕을 퍼 부어주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그러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아쉬운 입장이니 차분하게 일을 다시 처리할 수밖에. 

 

자세히 내용을 읽어 보았다.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첫째, 이민국 직원은 물론 그를 보내고 그로부터 보고를 받는 내 케이스의 담당자도 실사의 목적을 잘 못 알고 있었다. 본래 실사의 목적은 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가 그리고 나를 고용할 능력이 있는가인데, 그들은 내가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노동비자가 없는 내가 일을 하면 안 되는데도 말이다. 둘째, 본래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일요일 예배 시간에 맞춰 실사를 나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목적을 가지고 실사를 나오다 보니 엉뚱한 날에 실사를 나왔다. 그들은 내가 주중에도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월요일과 목요일 낮에 교회에 왔었단다. 물론 아틀란타에조차 있지 않았고 미시시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나를 만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엉뚱한 목적으로 엉뚱한 날에 교회에 왔더라도, 누군가를 만났더라면 대화를 통해서 일을 바로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이 교회에 왔다던 그 날 그 시각들에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던 마이크나 재닌은 전혀 인기척 조차 느끼지 못했었단다. 이민국 직원이 와서 노크를 했을 때 모를 수 없는 건물 구조이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아가서 적어도 그 자리에서 전화라도 했어야 했는데 자동응답기는 물론 사무실 전화와 연결된 재닌의 핸드폰에도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단다. 이민국 직원이 실사를 나왔었다는 주장은 있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는 셈이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도대체 왜 하나님은 그 부르심에 순종하는 나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하시는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미국에 와서 서류들을 위조해서 영주권을 신청하고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단 하나의 불법이나 위법이나 편법을 생각지도 않고 순종하는 나에게는 왜 이런 황당한 일을 겪게 하시는가? 불만이 마음 속에 가득해졌다. 정말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힘이들고 괴로웠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그 괴로움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TESL(영어제2외국어교육) 석사학위 2년 째, 세번째 학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첫 1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 공부의 유용함을 느끼고 있던 때였다. 특히 언어학과 언어사회학 등에 대한 강의들은 내 평생에 가장 귀중한 과목들이라고 느껴졌다. 종교비자를 받는 동안 학생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하고 있는 학위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던 때였기에, 그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신기했다. 그러나 그 신기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였음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종교비자를 받아 일을 시작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만일 내가 그 학위를 하지 않았었더라면 나는 지금도 한참 헤매고 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그 학위는 하나님께서 받게 하신 것이 분명하다. 앞서 말한 바 있듯이, TESL학위는 성경 선생인 내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었을 뿐 아니라, 이민자로서의 나를 바로잡아 주었고, 나아가서 섬기는 자로서 한국분들에게 무언가 봉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내 인생에나 혹은 내 사역에 중요한 것을 준 것이 바로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한 TESL석사 학위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하나님께서는 이 학위가 그의 종에게 필요한 것을 많이 채워 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아셨기에 내가 ‘어쩔 수 없이’라도 그 학위를 하게 하셨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그 학위를 할 시간을 벌어주시기 위해서 이민국 실사를 실패하게 하셨던 것이다. 만일 그 학위를 마치기 전에 비자가 승인되었다면, 신학공부에 지쳤던 나는 바로 그만 두고 일을 시작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그런 세심한 배려와 인도를 생각지도 못하고 나는 교회실사에 실패했다는 눈 앞의 현실에만 잔뜩 골이 나서 불평불만을 가졌던 것이다. 하나님의 계획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고, 눈앞의 상황이 내 바램과 다르다는 이유로 투덜거렸던 것이다. 

 

내가 아무리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기도해도 결국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님의 뜻 뿐이라는 것을 이젠 안다 (잠언 16:9). 내가 생각하기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하나님이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내 욕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16:2). 그 욕심 때문에, 그 상황에 처해 있을 당시에는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실망하고 낙망하고 또 하나님께 투정을 부리고, 불평불만을 토하고, 나아가 화를 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상황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세우신 뜻을 이루기 위해 나에게 맞는 과정을 통해 인도하시는 도구이다. 그러니, 오히려, 하나님을 믿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분의 계명에 충실한 것이 가장 현명하고 평안한 삶을 사는 방법이다 (마태복음 6:33). 마치, 드라마에서 그 계약직 직원을 자신이 잃어버린 아이를 대하듯이 공평과 의로 대한다면, 더욱 빨리 서로 알아보게 되고 만나게 되었을 것과 같이 말이다. 

 

금주의 설교: 믿음의 기도, 의인의 간구 (야고보서 5: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