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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5.jpg​​​​​​​본래는 지금의 교회가 아니라 갈보리 힐 교회에서 일을 할 줄 알았었다. 그 교회에서 신청한 H비자가 거절되지 않았거나, 그 교회가 501C3인증을 IRS로부터 조금만 더 일찍 발급받았더라면 그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게다. 지금의 교회가 제출할 종교비자 신청서에 증빙자료들을 준비해서 보내기 직전에 나는 갈보리 힐 교회 Larry장로와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만일 이 교회에서 기다리라고 하면 이 서류를 보내지 않겠다”고. 아무리 내 입장이 다급하지만, 그 교회에 먼저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래리는 그럴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으나 안 되었으니 그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하실지 보자.” 그렇게 미팅을 마치려는데, “그런데” 하며 래리가 말했다, “501C3가 어제 발급되었다.” 래리가 맞았던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나와 우리 가족을 아틀란타로 옮기고자 하셨던 것 같다. 불과 한달만 일찍 그 서류가 나왔어도 얘기는 많이 달라졌을 텐데 그 전날에서야 나온 걸 보면 말이다. 갈보리 힐 교회와 스폰서 문제는 그렇게 정리되었지만 그후로도 이곳으로 이사올 때까지 총6년 동안의 그 교회와의 인연은 우리 가족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옥스포드 미시시피 동쪽 외곽 지역 한 구석에 세련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그 교회 건물이 있다. 이 교회는 내가 합류하기 6년 정도 전에 그 도시에 있는 두어 가정이 시작한 교회다. 그 중 한 가정이 래리의 가정이었다. 그 후 2년 쯤 후에 스티브가 프리쳐로 합류하면서 현재의 모양의 교회가 되었다.얼마 뒤 래리와 스티브가 장로로 임명되어 교회의 수적 영적 성장을 이끌었다. 


내가 그 교회를 만난 과정은 좀 희안(uncanny)하다. 마틴 테네시에 살면서 첫번째 학위를 한 학기 남겨놓고 나는 미국 처치 어브 크라이스트의 또 다른 신학대학을 다녀서 균형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근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고, 생각하면 실행에 옮기는 성격인지라 그렇게 했다. 새로운 신학대학원은 멤피스 테네시에 있었다. 멤피스에도 한국인 커뮤니티가 있으므로 거기서 한인 사역을 하며 학교를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학교에서 한시간 20분 가량 떨어진 옥스포드로 살 곳을 정했다. 미시시피 주립대학이 있어 유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옥스포드로 이사간 날은 090909 즉, 2009년 9월 9일이었다. 그해 12월에 첫 학위를 마치고도 트랜스퍼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그 다음 봄학기까지 2시간 20분씩을 운전해서 이전의 대학원을 다녀야 했다. 


옥스포드로 이사를 했을 때 마틴 교회의 실비아라는 자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옥스포드에 래리라는 자기 친척이 있으니 꼭 만나보라고 했다. 학교 다니랴 새로운 곳에 적응하랴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옥스포드에서는 1970년대부터 한국인 미니스트리를 지원해오던 옥스포드 처치 어브 크라이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스레 그 교회에 합류했다. 오랫동안 한국인 미니스터가 없었기에 자연스레 내가 한인 유학생 미니스트리를 담담하게 되었다. 그 교회는 나를 미니스터로 인정해 주고 장학금 지원도 하고 한 달에 한번 설교도 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교회의 형제인 짐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다른 교회의 한 형제와 만나서 성경공부를 한다고 했다. 마침 수요일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어서 영어연습도 하고 성경도 좀 더 공부할 겸 같이 하기로 했다. 옥스포드로 이사간 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다.  


래리는 키가 2미터 가까이 되는 장신이었다. 농구선수로 아틀란타 머서 대학을 장학생으로 다니고, 내쉬빌에 있는 벤더빌트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세계에서 이름난 미시시피 주립대학의 생약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보수적인 테네시 시골의 프리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성경을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혼자서 성경공부를 무지무지 열심히 하는 ‘성경전문가’였다. 첫 수요일 점심 성경공부를 위해 짐의 오피스에 가서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데 실비아가 꼭 만나보라고 편지까지 했던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래리도 실비아로부터 나에 대해 듣고 내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단다 (미국 형제들의 배려는 참 아름답다. 이사와서 안정되는 데 6개월 정도는 걸리니 그 후에 연락이 오겠지 … 그 후에도 안 오면 자기가 찾아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단다). 그렇게 나보다 15살 정도 많지만 래리는 나의 둘도 없는 믿음의 형제가 되었고, 둘도 없는 영혼의 친구가 되었다.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 때 그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많이 배웠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맙다.” 거기에 대해 그가 한 말이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너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너로부터 많이 배웠다. 고맙다.”  


그렇게 래리를 만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처음 그가 장로로 있는 갈보리 힐 교회에 초대를 받았다. 우리 가족들은 65명 정도 되는 작은 그 교회가 정말 맘에 들었다. 300명이 모여서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옥스포드 교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래서 그 해 10월 경에 한인 유학생 미니스트리를 그만 두고 그 교회로 옮겼다. 옮긴 후 2-3주 정도 지나 다른 장로인 스티브와 점심을 같이 했는데, 스티브가 한 말은 지금도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 “민구, 우리는 너와 평생을 같이 하고 싶다. 너만 원한다면 ….” 그와 나는 거의 매주 한 번 만나 주로 치킨으로 점심을 같이 했다 (서던 프리쳐는 치킨을 많이 먹는다는 서던 농담이 있다). 법적으로 고용된 것은 아니지만 그 교회에서 파트타임 프리쳐로 일을 했다. 같은 프리처로서 우리는 설교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와 나누었고, 그는 그의 25년 경험에서 배운 것을 나와 나누어 주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동역이었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 진다. 


그렇게 인연이 된 갈보리 힐 교회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에서 한 챕터를 차지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만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즉, 현재의 교회에서 비자를 신청한 후 비자를 기다리는 2년 반동안도 변함없이 그 교회는 우리 가족을 신실하게 후원해 주었고, 그 교회의 멤버들은 우리 가족의 친형제와 친자매와 같았다. Ms. Annie, Roy and Susie, Ronny and Kathy, Steve and Gay, Larry and Pat, Terry and Wanda ….  


하나님은 우리 가족이 7년 동안 잠시 거쳐 지나갈 옥스포드에도 미리 천사들을 준비해 두시고 또 내가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들을 예비해 두셨던 것 같다. 정말 하나님의 인도는 mysterious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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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설교: "끝까지 참으라" 야고보서 5장 7-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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