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반추2.jpg

 

하나님에게 우연은 없다. 그러나 사람의 눈에는 우연처럼 보이는 일들이 많다. 먼 훗날 뒤를 돌아보면 그 우연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 냈음을 보게 된다. 신기하여 순간 화들짝 놀란다. 단 한가지도 우연이 아니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를 빚어 내시기 위해 그 많은 일들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신 하나님의 세심한 인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연은 하나님의 필연의 한 조각이다. 빨리 워크 비자를 받아 정식으로 일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과 달리 1년간의 OPT기간에 인턴쉽을 한 것도 그 중에 하나다. 

 

두개의 인턴쉽 중 하나는 Jackson Grove Church of Christ에서 주일날 두번의 설교와 한번의 성경클래스 강의를 하는 것이었다. 15명 정도의 노인들이 출석하는 미시시피 농촌 시골의 작은 교회였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결코 작은 교회가 아니었다. 성숙한 분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외국인인 나를 프리쳐로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평생 시골에서 사신 그 노인분들이 알아들을 만큼 내 영어 실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일 아침에 교회에 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그날 설교할 것을 영어로 대략 설명하면서 잘못된 발음을 교정하고 표현을 다듬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고마운 것은, 50분 걸리는 그곳에 가기 위해 8시50분에 집에서 출발하니 항상 졸렸을 텐데도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한웅이와 한빛이가 나를 도와 주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당시에 고1이던 한웅이는 의젖하게 찬송 리더까지 했었다. 

 

다른 어떤 것 보다 더 잊을 수 없는 것은 Ms. Joan이다. 그분은 두분의 장로님 중 한분의 부인이었다.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여 눈에 확 띄는 외모를 가진 분이었다. 언행에 어디 하나 악이 없었고, 항상 힘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시는 그런 분이었다. 정말 거룩한 분이었다. 

 

어느 주일 날 사택에서 쉬고 있던 우리를 찾아왔다. 거의 80이 될 때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한가지 일을 털어 놓았다. 고등학교 때 외국에서 이민와서 영어를 잘 못해 다른 학생들 속에 섞이지 못하고 불리를 당하고 있던 학생이 있었단다. 어느날 밤, 용기를 내어 다음날 부터는 그 친구의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결심을 했단다. 그런데 그 다음날 학교에서 그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전날 밤 집에 불이 나서 가족 모두 죽었단다. 미스 조앤은 그 일이 평생 가슴에 얹혀 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던지 외국인인 우리를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특히 집사람에게 더 그랬다. 

 

Enid 미시시피는 전통적으로 부녀들이 가정에서 quilt를 만드는데 조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분의 작품은 단연 빼어났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예술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타고난 재능이 있는 분이었다. 퀼트는 물론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서 자녀들이 사준 어떤 악기로 자유자재로 음악을 만들어 내시곤 했다. 집사람을 친딸같이 사랑하신 조앤은 그 친 딸에게도 안 주셨던 커다란 퀼트 작품을 아내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작품은 지금 우리 집 식탁 옆 벽에 장식되어 보는 이들의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2016년 2월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왔다.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가던 차 안에서 주무시듯이 돌아가셨단다. 옆자리에서 운전하던 남편조차 그냥 자는 줄 알았었단다. 그분 장례식은 어마어마 했다. 미시시피 Batesville이라는 타운에 있는 장례식장에서 했는데, 그 넓은 주차장이 수백대의 차들로 꽉들어차서 경찰이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였다. 가난했던 시절부터 평생 동안 주변에 크리스챤의 덕을 베푸신 분임을 장례식이 보여 주었다.  

 

나와 아내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주차장은 물론 길가까지 차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주차장 안에서 길을 잘못 들어 깊숙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건물 가까운 곳에 다다랐을 때 차 한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빠져 나가는 것이다. 횡재한 듯이 편안히 주차를 하고 내리려는데, 담장너머 하늘에 구름의 모양이 귀여웠다. 흡사 미스 조앤이 지으시던 천진한 미소처럼 포근하게 느껴져 얼른 핸드폰에 담아놨다. 미스 조앤의 영이 주차 자리까지 예비해 두고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다.    

 

돌아보면, 그 인턴쉽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큰 아들 한웅이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대입 에세이로 쓸 만큼 영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고 아내는 미국 온 뒤 10년 동안 친정 엄마에게 가까이서 받을 수 없었던 사랑을 조앤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곳에 가게 하신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나의 훈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 꼬박 1년 동안 한주도 빠짐없이 매주 두번의 설교와 한번의 강의를 하기 전까지 턱없이 부족했던 영어 설교 및 강의 능력이 괄목상대할 정도로 나아졌던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자의 삶 속에 우연은 없다. 예비하시는 하나님은 당신의 목적에 맞게 나를 훈련하시키기 위해 인도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 인턴쉽도 하나님의 필연의 한조각이었던 것이다.

 

반추2.pdf

 

 

금주의 설교: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설교듣기

설교보기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5 7호--고마운 사람들 사람은 혼자 못산다. 관계를 통해서 산다. 물질적으로도 그렇지만,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맺어진 영적인 관계가 교회이고 (요한일서1:3)... file 2018.01.20 35449
34 31호--풍이 떠나다 기적! 자연의 법칙을 벗어나 신비하게 일어나는 일. 모세, 엘리야, 엘리샤 등 구약의 특별한 인물들, 예수님, 그리고 그 사도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기적을 행... file 2018.07.31 584
33 35호--하나님의 강권 어떤 때는 하나님께서 강권적으로 역사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데 있어서 미적거리거나... file 2018.09.15 552
32 32호--철저한 순종의 결과 참된 믿음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하나님에 대한 참된 믿음은 그 사람을 하나님의 본성을 닮은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즉,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그... file 2018.08.07 484
31 34호--방탄 유리 하나님 크리스챤의 삶은 마치 미국 대통령 차에 장착된 방탄 유리로 된 보호막 안에 사는 것과 같다. 총알이 수없이 날아드는 것이 훤히 보이지만, 방탄 유리가 보호해 ... file 2018.08.22 427
30 27호--믿음은 하나님의 선물?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 개신교의 뿌리가 된 루터나 켈빈은 공통적으로 사람이 처음 갖게 되는 믿음을 성령의 역사를 통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한다. 그렇게 말한... file 2018.06.11 330
29 33호--시련 속에서 피는 꽃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그 당시에는 왜 그런지 무슨 목적인지 알 수 없고, 오히려 힘든 고난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고 온전히 그 뜻에 순... file 2018.08.15 327
28 11호--아내, 더 약한 그릇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사모’(목회자의 아내)는 직분은 아니지만 그 어떤 다른 직분보다도 더 감당하기 힘든 것”이라고. 맞는 말... 2 file 2018.02.18 273
27 17호--여호와 이레 (2/2) 창세기 22장 14절에 처음 소개된 여호와 이레를 영어로는 “God provides” (ESV) 라고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하나님께서 공급하신다”라는 의미다. 이 생각... 1 file 2018.04.02 264
26 15호--벼랑의 끝에서 하나님을 믿다 NOID, notice of intent of denial (거절의사통지)! 종교비자를 신청한 후 거의 스물세 달을 기다린 후에 받은 것이다. 한웅이는 주니어였고, 한빛이는 중3이었... 2 file 2018.03.19 259
25 18호--기다림의 의미 드디어 봄이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봄이면 가족들이랑 봄 소풍을 가곤 했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곳은 개그맨 김병만씨의 고향이기도 한 전북 전주 근교의 화산... file 2018.04.09 242
24 21호--풍이 오다: 하나님의 치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삼성에서 지그를 다 빼가고 있습니다.” 옥상 컨테이너 박스 사장실 안을 음산한 핸드폰 벨소리가 가득 채웠다. 받고 싶지 ... file 2018.04.30 239
23 16호--여호와 이레 (1/2)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두고 여호와 이레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그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신다는 것이 본래의 의미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단순하게 어떤 ... file 2018.03.26 233
22 28호--맹목적 순종 좋은 것이라고 판단될 때 그것에 순종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큼 큰 영적인 축복이 없는 것 같다. 무지하지만 순수한 마음에 기초한 순종은 하나님께 당분간은 ... file 2018.07.02 231
21 29호--영혼까지 탈탈 털리다 참된 신앙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현실이다. 교회에 나가면 교회에서 목사님 혹은 전도사님 혹은 믿음의 선배들로부터 그것을 배울 수 있을 거... file 2018.07.09 228
20 22호--하나님의 신비로운 인도하심 회사 사정이 극도로 좋지 않았다. 노키아 마산 공장 부사장이 서울 공대 선배라는 말을 듣고 혹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여 연줄을 대어 만났다. 만나보니 2년 ... file 2018.05.07 218
19 20호--첫 기도 사업은 쉽지 않았다. 특히 제조업은 더 그랬다. 이전에 했던 경영컨설팅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자금, 인력관리, 생산관리, 그리고 거래처 관리—이 모두... file 2018.04.22 218
18 9호--첫 열매 한웅이 큰 아들 한웅이는 우리 부부의 인생의 증거이자 첫 열매다. 우리 부부의 21년의 삶 중에 20년을 함께 한 첫 아들. 우리의 기나긴 기다림의 구비구비에는 언제나 ... 2 file 2018.02.04 212
17 19호--믿음의 시작: 첫설교를 듣다 2002년 경기도 군포시 산본 신도시로 이사를 했다. 앞집에 한웅이 또래 소연이가 살았다. 이사 들어가는 날 소연이를 봐 주는 소연이 고모와 마주쳤다. 김원숙이... file 2018.04.15 210
16 8호--올미스 하나님의 길은 다 헤아릴 지혜가 없다 (로마서11:33b). 하나님께 순종하는 사람들의 인생에는, 당시에는 왜 그 길을 가야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데 지나서 ... file 2018.01.29 205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