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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2004 2.jpg 회사 사정이 극도로 좋지 않았다. 노키아 마산 공장 부사장이 서울 공대 선배라는 말을 듣고 혹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여 연줄을 대어 만났다. 만나보니 2년 정도 선배였는데 남의 일에 발벗고 나서서 도움을 줄만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그에게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았다. 물론 그 사람이 줄 수 있는 도움이 없었을 수도 있다.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그 부사장을 만난 날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 부사장의 수족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박정호(가명)라는 나보다 10살 가량 많은 분이였다. 그분은 노키아 마산 공장 품질관리 이사였는데 부사장을 만나러 간 나에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친절을 베풀었다. 자기 명함을 주면서 나중에 꼭 보자고 했다. 그렇게 정호 형님과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그를 통해서 내 신앙여정에서 잊을 수 없는 몇가지 기억들이 만들어졌다.

 

정호 형님은 자칭 “나이롱 집사”였다. 골프와 산을 좋아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창원 봉림산에 오르는 것이 매일의 습관이었다. 골프는 싱글 정도 치는 수준급이었는데 폼이 이상 야릇해 웃음을 자아냈지만 실력은 좋았다. 독학으로 배운 탓이었으리라. 술도 좋아했다. 과음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씩이라도 거의 매일 마시는 애주가였다. 나도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했고, 마침 옆동네에 살았기에 우리는 금방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서 그랬는지 급속도로 친해졌다. 정호 형님은 내 사업에 대해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어 했지만 실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어려울 때 같이 만나서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사업 상의 어려움을 아무 부담없이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은 가끔 뜸금없이 교회 얘기를 꺼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은 “나이롱 집사”라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분은 정말 그랬다. 성경의 말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분의 삶도 모범적인 크리스챤의 삶이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단지 술을 먹어서가 아니라, 그분은 그냥 자신과 가족을 가장 우선시하며 사는 충실한 ‘이 세상’의 소시민이었다. 그래도 그분이 나가는 교회에서 집사 직분을 준 이유가 있었다면 아마 마산 수출자유지역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노키아 한국 공장의 이사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당시는 아직도 노키아가 세계 핸드폰 생산량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때였다). 그분은 전도를 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성경의 말씀을 나누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분은 그냥 좋고 편한 동네 술친구였다.   

 

나는 부사장을 통해 도움을 얻으려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자칭 “나이롱 집사”인 그분을 사용하셨던 것 같다. 첫번째로, 예수님의 죽음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보게 해 주었다. 어느 날 밤 좀 늦은 시간에 연락이 왔다. 다른 데서 1차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맥주 한 잔 하자는 것이었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어서 마다않고 나갔다. 술이 거나해서 횡설수설했다. 그런데 어떤 영화를 한 번 보라고 말해 주었다. 제목을 들으니 기독교 영화였다. 자기는 아직 안 봤는데 사람들이 그 영화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당시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던 <패션 어브 크라이스트>였다. 그렇게 해어져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비디오 대여점에 들렸다. 마침 비디오가 있었다. 홈 씨어터를 통해 혼자서 밤늦게까지보았다. 많이 울었다. 내 상황이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영화가 슬퍼서였는지 아니면 영화를 핑계로 내 상황을 한탄해서였는지 보는 내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술을 약간 먹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그와 비슷한 기분으로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다. 1986년 5월 23일 이동수라는 학생이 서울대학교 보건소 옥상에서 분신하는 것을 눈 앞에서 목도한 그날도 그렇게 울었었다. 그리고 그 눈물로 시작해서 이후 8년 동안 정치 및 노동의 민주화를 위한 사회운동에 참여했었다—목숨을 걸고.  

 

정호 형님을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다른 한 가지는 성령이 대한 호기심이었다. 어느 날 낮에 연락이 왔다. 중요한 사람을 하나 소개해 줄테니 밥을 사라고 했다. 그러마고 했다.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기대했기에 득달같이 약속 시간에 나갔다. 조그만 다다미 방들로 된 일식당이었는데 비싸지도 않고 대화하기에 아주 좋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막상 가서 명함을 교환할 때 적이 실망했다. 정호 형님의 소개인 즉슨 신혼 때 자기 집 1층에 세들어 살던 사람인데 지금은 대기업 증권사 부장이었다. 그 둘도 다시 만난 지 10년이 넘었단다. 자기들끼리 만나지 나를 왜 불러냈나 하며 약간 불쾌했지만 조용히 그 둘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 부장은 10년 동안 자기에게 일어난 큰 변화들을 말했다. 즉 간증이었다. 본래는 무능하고 술만 좋아하는 무책임한 보통의 셀러리맨이었다. 정호 형님 집에 세들어 살 때 형님네 가족이 주일마다 교회에 가는 것이 기억에 항상 남아 있었단다. 하지만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친구의 손에 이끌려 어느 날 교회에 가게 되었단다. 나도 지나가면서 보던 그 동네 어느 교회에 주일 예배라고 갔는데, 글쎄 자리가 텅텅 비어 있더란다. 처음 교회를 간 날 그 분은 자기가 그 자리들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아직 믿음이 뭔지도 모르던 사람이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영업 스킬을 동원해서 얼마 후에 200명 가까이 전도를 했단다. 그 때 그 얘기를 듣고 있을 때 나는 그게 그렇게 되나부다만 했고, 그게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사람의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자기가 잘 해서 그렇게 전도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성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해서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형님에게 성령을 받으셔야 한다고 몇번이나 말하고 또 말했다. 정호 형님도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얼떨떨해 하는 게 역력했다. 성령이 뭐냐고 물어보는 내게 그건 받아 봐야 알게 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성령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다른 내용은, 심지어 그 사람의 이름이나 다닌다는 증권사 이름도 기억에 그리 남지 않았는데, 성령이라는 단어는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뿐만 아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 성령을 받아야 뭔가 되는 거구나.” 호기심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믿음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 위에, 그날 나는 ‘성령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하나 더했다. 처음 들은 설교를 통해 갖게 된 믿음에 대한 의문이 나를 이 여정으로 이끄는 하나의 힘이었던 것처럼, 그날 정호 형님을 통해 갖게 된 성령에 대한 의문 또한 나의 믿음의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는 부사장에게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하나님은 자칭 “나이롱 집사”였던 정호 형님을 만나게 하고 나와 관계를 만들어 주시고 나의 믿음의 여정을 인도할 그 중요한 의문을 마음 속에 심어 주셨다. 정호 형님은 그 자신의 삶을 통해서는 ‘크리스챤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그 입을 통해서는 ‘믿음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해서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분과의 인연을 통해서도 더욱 더 그분이 원하시는 여정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다음 다음 호인 24호에서 이에 대한 의문이 풀릴 것이다. 하나님의 신비로운 인도를 기대하시라. 

 

금주의 설교: 간증적 성경강해--세상과 삶을 이기는 힘 (마태복음 6: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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