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04.09 15:56

18호--기다림의 의미

조회 수 2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반추18.jpg

드디어 봄이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봄이면 가족들이랑 봄 소풍을 가곤 했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곳은 개그맨 김병만씨의 고향이기도 한 전북 전주 근교의 화산이라는 곳이다. 산들이 높진 않지만 산골이라서 공기도 좋고 물맑은 작은 개울들이 있어 풍광도 즐기고 삼겹살도 구워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큰 아이 한웅이가 세살 쯤 되어서 아장아장 제법 걷기 시작할 때에도 갔던 기억이 난다. 빨간색 레인코트를 입고 좋아서 이리 콩콩 저리 콩콩 뛰어 다니는 한웅이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웅이는 물을 좋아했다. 길을 걷다가도 물 웅덩이가 있으면 기어이 물을 밟아야 했다. 그 소풍날에도 한웅이는 물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날씨가 아직 쌀쌀했기에 그렇게 놔 둘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 줄 요량으로 나는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물 속에 들어가서 큰 돌 덩어리들을 옮겨 징검다리를 만들었다. 세살배기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도 미끌어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촘촘하게 그리고 혹시 빠지더라도 별일 없도록 바닥이 얕고 모래가 많은 곳에 …. 그렇게 하고도 나는 한웅이의 손을 잡아주고, 엄마는 한웅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 그렇게 한참을 한웅이는 사촌들과 신나게 물위를 걸으며 놀았다. 

 

 

29개월 … 비자를 신청하고 애타게 기다린 기간이다. 처음 스판서를 찾는 과정까지 합하면 약 36개월. 지금와서 돌아보면 분명한 것은 그 3년 동안의 고통스러웠던 기다림은 그냥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3년은 내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미국에 온 뒤로 받은 가장 중요한 훈련이었다. 기다림을 훈련받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말했듯이 기다림은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기다림을 어렵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의 불확실성이다. 그 기다림 끝에 무엇이 올 지를 모르기 때문에 기다림이 어려운 것이다. 한국행 대한항공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 그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이유는 그날 시간이 되면 비행기가 뜰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만일 어머니가 위독하셔서 10년 만에 가는 것인데, 그 사이에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면? 같은 시간이지만 그 기다림은 지옥과 같을 수있다. 이렇듯 그 결과의 불확실성이 기다림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 어려운 기다림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는 것과 같다.

 

그 어려운 기다림을 훈련받았다? 하나님은 왜 우리를 기다림을 통해 훈련시켰을까? 불확실한 미래를 흔들림없이 기다리게 해주는 것, 바로 그것이 믿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믿음을 훈련시켜 주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찐하게. 믿음이라는 말로 변역된 구약성경 히브리어 원어 중 하나는 ‘바타크(btk)’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마지막 순간에 언급하신 시편 22편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5, 6, 10절). 하나님께 자신의 신뢰를 둔다는 뜻이다. 즉 하나님께서 분명하고 좋은 미래를 주심을 믿는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에서 믿음은 소망의 또 다른 표현이다 (로마서 8장24절이 소망이 우리를 구원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 단어의 의미를 영어로 표현하자면 “to find certainty (in God)”이다. 어떤 현실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겨나갈 때 하나님께서 장차 확실한 미래를 가지고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 바로 이 단어가 의미하는 믿음이다. 따라서 어렵고 지루하고 견디기 힘든 기다림의 과정은 이 믿음을 키우고 훈련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 기다림의 과정은 하나님께서 놓아 주신 징검다리다. 내가 그 과정을 통해서 믿음의 성장이라는 건너편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친히 놓아주신 징검다리—마치 내가 세살배기 한웅이를 위해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조심스레 고른 큰 돌들을 들고 발을 시리게 하는 물속에 스스로 들어가서 안전한 자리들을 찾고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간격을 맞춰 하나하나 놓아 주었듯이, 하나님께서 친히 골라서 신중하게 놓아주신 징검다리. 그리고 보면, 그 기다림은 하나님의 사랑이 아닐 수 없다. 히브리서 12장에서 말씀하신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징계는 받을 당시에는 즐겁지 아니하지만 하나님은 진정 사랑하는 자녀들을 징계하신다 (히브리서 12:7-8,11).

 

그러므로, 지난한 기다림은 하나님의 축복이다. 내가 도체 뭐관대 하나님이 친히 나를 성숙시켜 주시기 위해 찬물에 발을 걷어 부치고 들어가셔서 돌다리를 놔 주신단 말인가? 어찌 이 사랑을 축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다. 그 징검다리를 깡총깡총 뛰어서 건너편에 다다르게 해 주시는 그것을 어찌 축복이 아니라 고난과 환란이라고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나님의 그 지극하신 정성과 사랑으로 나를 위해 특별히 예비하신 이 상황들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혹은 좀 견디기 어렵다고 어찌 그것을 축복으로 감사하지 못하고 불만과 불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 기다림을 통해서 훈련을 받아야 할 수밖에 없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못하고 인내를 이루지 못하고서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그 천국의 유업을 상으로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그 믿음이 있어야만 구원을 이룰 수 있다.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내가 구원을 이룰 수 있도록, 그 믿음을 버리지 않고 키워 나가도록, 그렇게 세심하게 디자인해서 통과하게 하신 그 상황들 … 바로 하나님의 지극하신 사랑이다. 

 

믿음은 어떤 어려운 상황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라고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그 36개월은 그런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결국은 그 과정이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위해 예비하신 축복임을 깨닫고 인내와 감사함으로 견디고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믿음이 한 단계 성숙을 이룬 것이다. 

 

 

기다림은 그냥 기다림이 아니다. 그것은 믿음의 훈련과정이고 하나님과의 동행이며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의 장이다. 결국 우리의 구원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그 과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가? 그 축복의 과정을 주시는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하리로다. 

 

그런데, 한만디만 더 하자면, 돌아보면 그 징검다리도 사실은 내 발로  뛰어 건넌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께서 친히 나를 그 등에 업어 건네주셨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 하나님은 돌다리를 놓아주시고, 예수님은 나를 등에 업어 건네주신 것이다. 오 나의 주님 그리고 아버지 하나님이시어 무궁한 영광을 받으시옵소서! 하지 않을 수 없게 말이다.

 

금주의 설교 듣기: 청소년을 끌어당기는 두개의 어두운 세계와 그들을 밀어 넣는 부모

 

?

  1. 35호--하나님의 강권

    어떤 때는 하나님께서 강권적으로 역사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데 있어서 미적거리거나 망설이거나 혹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 그 사람도 모르게, 마치 무의식적으로 행하듯이, 자...
    Date2018.09.15 Reply0 Views516
    Read More
  2. 34호--방탄 유리 하나님

    크리스챤의 삶은 마치 미국 대통령 차에 장착된 방탄 유리로 된 보호막 안에 사는 것과 같다. 총알이 수없이 날아드는 것이 훤히 보이지만, 방탄 유리가 보호해 준다. 날아오는 총알같은 많은 위기와 환란과 고난이 크리스챤의 삶에 달려들지만, 크리스챤의 ...
    Date2018.08.22 Reply0 Views394
    Read More
  3. 33호--시련 속에서 피는 꽃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그 당시에는 왜 그런지 무슨 목적인지 알 수 없고, 오히려 힘든 고난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고 온전히 그 뜻에 순종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어려움 속에서도 기쁨과 감사가 있고, 끝에는 영적인 성장이 이루어진 ...
    Date2018.08.15 Reply0 Views294
    Read More
  4. 32호--철저한 순종의 결과

    참된 믿음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하나님에 대한 참된 믿음은 그 사람을 하나님의 본성을 닮은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즉,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그래서 믿음의 결국은 구원이라고 한다. 여기서 결국은 열매라는 뜻이다 (베드로전서1:9). 믿음이 ...
    Date2018.08.07 Reply0 Views451
    Read More
  5. 31호--풍이 떠나다

    기적! 자연의 법칙을 벗어나 신비하게 일어나는 일. 모세, 엘리야, 엘리샤 등 구약의 특별한 인물들, 예수님, 그리고 그 사도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기적을 행하셨다는 것은 성경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오늘날도 하나님께서 그런 기적을 행하실까? ...
    Date2018.07.31 Reply0 Views451
    Read More
  6. 30호--분별된 순종

    순종은 믿음의 다른 말과 같다. 따라서 순종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나아가서 하나님께서 제사보다, 즉 신약의 개념으로 보면, 예배행위 보다 더 기뻐하신다 (사무엘상15:22; 마태복음5:23이하). 그렇다면 순종은 무엇에 순종하는 것인가? 무엇에 순종하...
    Date2018.07.17 Reply0 Views181
    Read More
  7. 28호--맹목적 순종

    좋은 것이라고 판단될 때 그것에 순종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큼 큰 영적인 축복이 없는 것 같다. 무지하지만 순수한 마음에 기초한 순종은 하나님께 당분간은 기쁨을 드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아이처럼 사는 사람이 정상이 아니듯이, ...
    Date2018.07.02 Reply0 Views230
    Read More
  8. 27호--믿음은 하나님의 선물?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 개신교의 뿌리가 된 루터나 켈빈은 공통적으로 사람이 처음 갖게 되는 믿음을 성령의 역사를 통한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한다. 그렇게 말한 것은 그들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많은 고대의, 크리스챤이 아닌, 철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
    Date2018.06.11 Reply0 Views328
    Read More
  9. 26호--예수님은 왜 돌아가셔야만 했을까?

    “왜 전능하신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이 돌아가셔야만 했을까?” 내가 믿음을 갖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의문이었다. 믿음을 갖고 싶었지만, 이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에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 의문 때문에, 복음이 뭔가 사람이 지어낸 것이 ...
    Date2018.06.04 Reply0 Views203
    Read More
  10. 25호--순종과 기도의 응답

    이전에는 순종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물론 그것이 무엇인지는 커녕, 그런 말이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했었다. 어떤 존재에 대해서 순종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처음 깨닫게 해준 사건이 있었다. 내가 순종을 시작했...
    Date2018.05.28 Reply0 Views197
    Read More
  11. 24호--덕유산 해돋이

    신기한 일들이 있다.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간혹 일어난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 결과로 볼 때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잠재의식 때문인지, 아니면 영적인 세계의...
    Date2018.05.21 Reply0 Views172
    Read More
  12. 23호--여정의 시작

    “여러분은 자녀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시겠습니까? ….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만큼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회사에 가도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매일 회사에 나가긴 했다. 관리자들의...
    Date2018.05.13 Reply1 Views174
    Read More
  13. 22호--하나님의 신비로운 인도하심

    회사 사정이 극도로 좋지 않았다. 노키아 마산 공장 부사장이 서울 공대 선배라는 말을 듣고 혹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여 연줄을 대어 만났다. 만나보니 2년 정도 선배였는데 남의 일에 발벗고 나서서 도움을 줄만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그에게 아...
    Date2018.05.07 Reply0 Views218
    Read More
  14. 21호--풍이 오다: 하나님의 치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삼성에서 지그를 다 빼가고 있습니다.” 옥상 컨테이너 박스 사장실 안을 음산한 핸드폰 벨소리가 가득 채웠다. 받고 싶지 않았지만 얼른 받자마자 공장장인 김과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한 말이었다. 지그는 작업을 위해 ...
    Date2018.04.30 Reply0 Views239
    Read More
  15. 20호--첫 기도

    사업은 쉽지 않았다. 특히 제조업은 더 그랬다. 이전에 했던 경영컨설팅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자금, 인력관리, 생산관리, 그리고 거래처 관리—이 모두를 문제없이 해 내야 한다. 제조업을 직접 해 본 적도, 하는 것을 가까이 본 적도 없었기에 모든...
    Date2018.04.22 Reply0 Views218
    Read More
  16. 19호--믿음의 시작: 첫설교를 듣다

    2002년 경기도 군포시 산본 신도시로 이사를 했다. 앞집에 한웅이 또래 소연이가 살았다. 이사 들어가는 날 소연이를 봐 주는 소연이 고모와 마주쳤다. 김원숙이라는 어느 교회의 구역장이었다. 단아하고 고운 중년의 부인이었는데 인상이 참 좋았다. 맞벌이...
    Date2018.04.15 Reply0 Views210
    Read More
  17. 18호--기다림의 의미

    드디어 봄이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봄이면 가족들이랑 봄 소풍을 가곤 했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곳은 개그맨 김병만씨의 고향이기도 한 전북 전주 근교의 화산이라는 곳이다. 산들이 높진 않지만 산골이라서 공기도 좋고 물맑은 작은 개울들이 있어 풍광도 ...
    Date2018.04.09 Reply0 Views242
    Read More
  18. 17호--여호와 이레 (2/2)

    창세기 22장 14절에 처음 소개된 여호와 이레를 영어로는 “God provides” (ESV) 라고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하나님께서 공급하신다”라는 의미다. 이 생각에 기초해서 많은 주석이나 설교자들이 여호와 이레를 가르칠 때, 이삭 대신 번제물로 드려진 수...
    Date2018.04.02 Reply1 Views264
    Read More
  19. 16호--여호와 이레 (1/2)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두고 여호와 이레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그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신다는 것이 본래의 의미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단순하게 어떤 것이 공급되어진다는 것만을 의미한다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녀들에게 ...
    Date2018.03.26 Reply0 Views233
    Read More
  20. 14호--Grill Party

    미국에 오기 몇 년 전, 처사촌 중에 한국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 아이들에게 고기라도 많이 먹여 보겠다는 생각으로 중국으로 이민을 갔던 사람이 있다. 결국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거기 살면서 우선 잘 먹이기라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는데, 그 ...
    Date2018.03.13 Reply0 Views16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