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264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반추17.jpg


창세기 22장 14절에 처음 소개된 여호와 이레를 영어로는 “God provides” (ESV) 라고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하나님께서 공급하신다”라는 의미다. 이 생각에 기초해서 많은 주석이나 설교자들이 여호와 이레를 가르칠 때, 이삭 대신 번제물로 드려진 수풀에 매여 있던 양이 주어진 것을 강조한다. 과연 그게 정확한 해석일까? 물질적인 것을 가장 중요한 축복으로 생각하는 마인드에 잘 어필할 수 있는 해석이다. 하지만 여호와 이레라는 것이 고작 물질적인 공급정도일까? 어쩌면 여호와 이레는 고작 이삭 대신 번제로 드릴 양 한마리가 정도가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그 후손들은 물론 영적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뜻이다. 거야오를 통해 이루신 것을 통해 그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거야오는 그로부터 약 25년 전에 유타주 명문 사립 브리검 영 대학에서 TESL(영어제2외국어교육학) 석사를 공부하고 대학의 유학생 관련 잡을 해 왔다. 미시시피 주립대학에 오기 전까지 커뮤니티 칼리지 등 작은 학교 들에서 일을 했었다. 미국에서도 대학의 잡은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거야오는 매우 출중한 업무능력과 열정 그리고 직업정신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주립대와 같이 큰 대학들에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일했던 워싱턴 주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유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거야오의 열정적인 마케팅이 한몫 했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대학에서 이유없는 해고통보를 받았단다. 거야오는 따지거나 혹은 이의를 제기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곳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던 것을 감사하며 모든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조용히 짐을 쌌단다. 


거야오는 낚시 광이었다. 바닷가에 살 때 시간만 있으면 해변에 나가서 낚시를 했단다. 나와 더 급속히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낚시라는 공통의 취미와 화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주 할 수는 없지만 나도 낚시를 좋아한다. 그렇게 하루 아침에 잡을 잃었지만 거야오는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25년 만에 온 긴 휴가라고 생각하고 그 상황을 이겨 나갔다. 대학에 갓 들어간 아들과 딸이 있었지만 그동안 모아 둔 저금을 아껴 쓰며 열심히 잡을 찾았다. 그러던 와중에도 거야오는 그 선한 본성을 잃지 않았다. 갑자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친구에게 오천불을 도와 주었단다. 그가 돌려받지 않고 줄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삶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 친구를 돕지 않고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야오와 마사코가 헤픈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이 정말 검소하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금새 알아 챌 수 있다. 사실 남을 돕는 것은 많이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마음이 있는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돕는다. 예수님이 이 땅에 사실 때 많이 가지셨기 때문에 우리를 도우신 게 아니지 않은가? … 어쨌든 잡이 없이 이럭저럭 거의 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전 직장 동료로부터 연락이 왔다. 미시시피 주립대학에 급히 지원하라는 권유였다. 그 친구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 정보를 얻었단다. 거야오는 바로 지원을 했고, 그해 5월에 인터뷰를 했고, 8월 부터 일을 하라고 했단다. 그뿐 아니었다. 완전 포장이사를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경비를 대학에서 지불해 주고, 집을 살 때까지 임시로 살 수 있는 렌트까지 알아봐 주었단다. 정말 몸만 미시시피로 오면 되게끔 모든 것을 대학에서 준비하고 또 지불해 주었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대학 1학년인 딸과 멀리 떨어진다는 점과 자신들이 좋아하는 서부지역에서 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아쉬움도 없었다. 그렇게 거야오는 25년만에 주립대학 유학생담당 오피서—대학 부총장 바로 밑 직급—로 당당히 입성하게 되었다. 


대학이 있는 곳이 우리가 살던 옥스포드 미시시피였다. 그해 9월 경에 나오미의 소개로 우리와 알게 되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몇 달 뒤에 우리 비자 승인을 도와 주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그곳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거야오는 대학에서 같이 일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는 내가 받은 부르심을 놓고 싶지 않았다. 거야오와 마사코는 옥스포드에 우리 가족 말고 그렇게 친한 친구들이 없었다. 결국 거야오와 마사코는 쓸쓸히 거기에 남아야만 했다. 우리가 떠나오기 얼마 전에 마사코가 정통 중국음식을 한 상 거나하게 준비해서 우리를 초대했다. 송별만찬이었다. 이 넓은 미국 땅에서 한 번 이사를 하면 다시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더없이 좋은 일로 떠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거야오와 마사코는 서운한 내색은 하지 못하고 그저 축하만 해 주었다. 사실 우리는 서운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마치 벼랑서 떨어질 줄 알고 한참을 두려워 하다가 겨우 벗어난 사람들처럼 그저 좋기만 했다. 마사코가 미시시피 주를 그리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거야오가 늘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을 걱정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마음에 쓰였다. 더군다나, 미시시피 주립대학은 아직 유학생 유치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부자 학교였기 때문이다. 올미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 대학은 전통적으로 남부의 귀족들이 그 자재들을 사교와 네트워킹의 목적으로 보내는 학교였기에 본래부터 재정이 좋았다. 더구나, 풋볼에 열광하는 미시시피 사람들이 기꺼이 제공하는 재원때문에 더더욱 튼튼했다. 그 덕분에 나같은 외국인도 100% 장학금을 쉽게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도 인종에 따른 차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미시시피의 주립대학이기도 하다보니 …, 거야오의 일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나는 거야오의 유학생들에 대한 정성과 열정 그리고 실력이 아까웠다. 그와 같은 사람들이 미국 대학들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서 미국 사회를 진정으로 개방된 모든 인종들을 위한 열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바램을 담아 그리고, 약간의 위로를 담아 그 송별파티에서 이렇게 거야오에게 말했다: “거야오, 곧 큰 도시의 대학으로 나가게 될 거에요. 여기는 당신을 담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거야오는 고맙다는 말로 내 말을 가볍게 받았지만 마사코는 달랐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반색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이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렇게 7월 1일이 돌아오고 우리는 옥스포드를 떠났다. 아틀란타에서 적응하고 일을 시작하느라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마사코네 부모님이 오신다고 했던 때가 되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어느 날 거야오로부터 전화가 와서 아틀란타에 마사코의 부모님을 모시고 플로리다로 여행을 가는 도중에 우리 집에 들러 만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흔쾌히 우리 집에 초대를 했다. 그러나 현실은 4명이 더 머물 수 있을 만큼 사택이 크지 않았다. 하여튼 어른 둘을 모시고 거야오와 마사코가 우리 집 근처 호텍에 머물렀다. 꿈만 같았다.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자는 것을 끝내 뿌리쳐서 도라빌 한일관에서 식사를 했다. 8순의 두 일본 어르신들이 얼마나 한국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양이 제법 되는 식사를 깨끗이 비우셨다. 그리고 나중에 거야오가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사실은 샌프란시시코 인근에 있는 대학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아서 옮길 준비 중이라고 … 그 딸이 있는 곳과는 서너시간 떨어져 있지만 미시시피보다는 훨씬 더 가까우니 정말 기대가 된다고. 


그해 겨울에 거야오는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다시 이사를 갔다. 바닷가에 있는 별장같은 집에 산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 여름부터 우리 가족을 오라고 난리다. 작년 여름에는 많은 일들이 있어서 가지 못했고, 올 여름 휴가는 그곳으로 가볼까 생각하고 있다. 딸 사쿠라와도 자주 만나는 모양이다. 사쿠라가 속한 댄싱팀이 아메이카-갓-탈렌티드 본선에 진출해서 4월 중에 방송에 나온단다. 또 워싱턴 DC에서 살고 있는 아들 니키는 치과 공부를 하는 한국 아가씨를 만나서 교제 중이란다. 하여튼 올 여름에 만나게 되면 정말 나눌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다. 


여호와 이레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나님은 나에게 29개월을 기다리게 하셨다. 그리고 미시시피 주립대학에서 100% 장학금을 쉽게 받고 TESL 석사 학위를 공부하게 했다. 나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서 이민자인 내가 겪었던 문제를 해결해 주심과 동시에 내가 하나님의 종으로 이민자들을 도울 수 있는 준비를 해 주셨다 (자세한 내용은 <반추8호> 참조). 그 반면에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특별한 과정으로 특별한 방법으로 주시고자 하셨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같이 신청해서 그냥 받으면 그것을 미국 정부가 해 준 것이라고, 혹은 자기 자신이 모든 요건을 갖추어서라고 혹은 재수가 좋아서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하나님은 오래 걸리게 하시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절당하게 하시고, 다른 모든 길을 막으시고,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가능성으로 남겨 두신 후에, 우리가 믿음과 순종을 잃지 않는 것을 확인하시고 신기한 방법으로 하루 아침에 이루어 주신 것이다. 그것을 이루시는 데 사용한 것이 놀랍게도 불신자인 거야오였던 것이다. 거야오는 어쩌면 그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 이유없이 해고를 당했고 1년 가까이 기다렸다가 미시시피 주립대학에서 거의 스카웃을 받는 식으로 잡을 잡게 되었던 것같다. 


나중에 거야오가 알려 준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있다. 왜 미시시피 주립대학은 갑자기 인터내셔날 오피서를 구하게 되었을까? 거야오 전에 있었던 오피서는 나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Greet이었다. 이름이 특이했다. 내가 TESL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총장이 수백여명의 인터내셔날 학생들을 초대해서 환영파티를 열어준 적이 있었는데, 존스 박사에게 그 자리에서 아내가 손수 만든 김밥 도시락을 선물했다. 한국에 8년간 의료선교를 다녀온 적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한국 음식을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그는 선물에 감동하며 연설 도중 김밥 도시락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게 특이했는지, 어떤 점잖게 생긴 부인이 내게 그 선물에 대해 말하며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이름이  Greet이었다. 그녀는 그 후 어느 날 갑자기 잠적하듯이 그 일을 그만 두었단다. 그렇게 갑자기 공석이 된 자리에 급하게 들어오게 된 것이 바로 거야오였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여호와 이레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이 경우가 보여주듯이, 여호와 이레는 단지 기대하지 않았던 물질적인 공급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신묘막측한 하나님의 역사를 의미한다. 그 속에서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종의 훈련이다—믿음과 순종의 훈련. 그 29개월을 통해서, 그 비자 문제를 통해서, 그리고 거야오가 잡을 옮기는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그의 종인 나와 내 가족에게 오직 하나님께만 의지하게 하고, 하나님만을 믿고 순종하는 것을 가르치셨다. 이는 마치 창세기 22장에 기록된 것처럼, 이삭의 번제명령을 통해 아브라함의 믿음과 순종을 확인하신 것과 같다 (12절, 18절).     

?
  • 김성욱. 2018.04.02 21:05
    신묘막측.
    여호와이레.
    믿습니다.
    그레서
    그 힘으로 살아갑니다.

  1. 15Sep
    by 장민구
    2018/09/15 Views 516 

    35호--하나님의 강권

  2. 22Aug
    by 장민구
    2018/08/22 Views 394 

    34호--방탄 유리 하나님

  3. 15Aug
    by 장민구
    2018/08/15 Views 294 

    33호--시련 속에서 피는 꽃

  4. 07Aug
    by 장민구
    2018/08/07 Views 451 

    32호--철저한 순종의 결과

  5. 31Jul
    by 장민구
    2018/07/31 Views 451 

    31호--풍이 떠나다

  6. 17Jul
    by 장민구
    2018/07/17 Views 181 

    30호--분별된 순종

  7. 09Jul
    by 장민구
    2018/07/09 Views 228 

    29호--영혼까지 탈탈 털리다

  8. 02Jul
    by 장민구
    2018/07/02 Views 230 

    28호--맹목적 순종

  9. 11Jun
    by 장민구
    2018/06/11 Views 328 

    27호--믿음은 하나님의 선물?

  10. 04Jun
    by 장민구
    2018/06/04 Views 203 

    26호--예수님은 왜 돌아가셔야만 했을까?

  11. 28May
    by 장민구
    2018/05/28 Views 197 

    25호--순종과 기도의 응답

  12. 21May
    by 장민구
    2018/05/21 Views 172 

    24호--덕유산 해돋이

  13. 23호--여정의 시작

  14. 07May
    by 장민구
    2018/05/07 Views 218 

    22호--하나님의 신비로운 인도하심

  15. 30Apr
    by 장민구
    2018/04/30 Views 239 

    21호--풍이 오다: 하나님의 치심

  16. 22Apr
    by 장민구
    2018/04/22 Views 218 

    20호--첫 기도

  17. 15Apr
    by 장민구
    2018/04/15 Views 210 

    19호--믿음의 시작: 첫설교를 듣다

  18. 09Apr
    by 장민구
    2018/04/09 Views 242 

    18호--기다림의 의미

  19. 17호--여호와 이레 (2/2)

  20. 26Mar
    by 장민구
    2018/03/26 Views 233 

    16호--여호와 이레 (1/2)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