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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3 13:07

아들의 코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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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heals.jpg 오늘 친했던 대학 동기와 카톡을 통해서 연락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선하고 바른 사람이었습니다. 학생 때부터 소용돌이 치듯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저와는 달리 그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시작했습니다. 군대 갔다와서 취직하고 금새 참한 아가씨 만나서 결혼도 했습니다. 제가 결혼할 사람을 소개하는 자리에 그는 벌써 두어살 난 첫 아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왔었습니다. 그날 친구가 그 아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고 저는 아버지의 사랑을 보았는데 지금도 그 그림이 눈에 선합니다.


모임 장소는 모교 근처의 어느 카페였었는데, 가게가 넓직하고 손님도 많지 않아서 아이가 아장 아장 걸어다니기에 좋았습니다. 친구는 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아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혹시라도 테이블 모서리나 의자에 찧을까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친구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간혹 그의 주특기인 농담도 건네면서. 아이가 어느 정도 만족했던지, 유모차에 다시 앉혀졌습니다. 그때는 총각이라 잘 몰랐었는데 졸렸던 것 같아요. 


겨울이어서 아이에게 콧물이 약간 있었는데, 콧구멍 주위에 콧물이 조금 말라붙어 있었습니다. 친구는 유모차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던 저는 그와 아기를 유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아들의 코 주변을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자기 손가락으로 깨끗이 정리해 주었습니다. 바로 그때, 그 충격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친구가 아무렇지 않다는듯이, 그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서 빨아 먹는 것이었습니다. 설사 자기 거라도 먹지 않을 텐데, 자식이 얼마나 사랑스러우면 그 코딱지도 먹을 수 있을까.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그날 이후 이십여 년 만에 친구와 연락하니 그 생각이 납니다. 그가 보여준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하다 보니 또 눈가가 촉촉해 집니다. 지독히 가난한 고학생으로 대학시절을 보내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면서도, 하나님을 부정하던 철없는 응석받이이던 나의 코에 말라붙은 코딱지는 물론, 세상에 부딛혀 깨질 때마다 외롭게 흘리던 눈물을,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토록 정성스럽고 자상하게 내 앞에 한 무릎을 꿇고 앉아 닦아 주셨을, 제가 눈감고 살았던,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생각나서입니다.